
학교 자율성 외치며 평가 방식은 획일화?
준비위의 준비 없는 서·논술형 평가 100%’ 즉각 철회하라
- 서·논술형 평가 100%’ 선언… 현장 의견은 수렴했는가
- 미완성 AI 평가 도구와 복잡한 이의 제기 절차, 교사 부담 경감 효과 의문
- 학교 자율성 확대한다면서 평가 방식은 일률적 강제… 명백한 자기모순
- 준비위는 정책을 강요하지 말고, 준비기구’의 본분에 충실하라
1. 지난 16일, 김대중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감 인수위원회인 K-교육특별시 준비위원회’(위원장 김경범, 이하 준비위)는 초·중학교 평가에서 선다형 문항을 없애고 서·논술형 평가의 전면 시행을 준비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전남광주교사노동조합(위원장 직무대행 이성은)은 학생의 사고력과 표현력을 키우기 위한 평가 개선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학교 현장의 의견 수렴도, AI 평가 시스템에 대한 충분한 검증도, 지역과 학생의 다양한 여건에 대한 고려도 없이 서·논술형 평가 100% 시행’을 선언한 이번 방침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강력히 규탄한다.
2. 지난 2일에도 준비위는 “학교가 지역의 특성과 학생의 삶에 맞춰 스스로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주체로 서게 하겠다”는 취지로 “학교의 교육과정 자율성을 대폭 확대하고, 교육과정 운영 권한을 학교로 대폭 이양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면서도 모든 학교의 평가 방식을 100% 서·논술형 평가’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과정 운영 권한은 학교에 이양하면서 평가 방식은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명백한 자기모순이다.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는 서로 분리될 수 없다. 교육과정을 학교가 자율적으로 설계하도록 하려면 평가 방법 역시 학교와 교사의 전문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
3. 이외에도 준비위에 묻고 싶은 지점은 많다. 첫째, AI 평가 지원 시스템이 학생의 창의적 표현이나 깊은 사고 표현, 개별적인 감정 표현까지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가. 이 부분은 학생을 직접 가르치고 성장 과정을 관찰한 교사의 전문적 판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AI가 판단하기 어려운 영역일수록 최종 평가의 책임은 교사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4. 둘째, AI 채점은 과연 공정할 수 있는가. 동일한 수준의 답안이라도 표현 방식과 문장 구조, 답안의 맥락에 따라 AI가 다르게 판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채점 기준과 오류 가능성, 편향 여부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5. 셋째, 준비위가 제시한 3단계 이의 제기 절차는 실제로 교사의 부담을 줄여주는가. 최초 채점과 학생 답안 검토, 평가 근거 작성은 여전히 교사가 담당하며, 이의 제기가 발생하면 교사는 자신의 판단과 채점 기준을 다시 설명하고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교육지원청과 교육과정개발평가원이 이후 절차를 담당하더라도, 사실관계 확인과 평가 자료 준비의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절차의 단계만 늘어날 뿐, 교사의 평가와 민원 대응 부담이 실질적으로 줄어든다고 보기 어렵다.
6. 더군다나 김경범 준비위원장이 인정한 대로 “AI 평가 도구가 완전한 상태로 내년 3월 1일 제공되지는 않을 것”이라면, 미완성 시스템을 학교 현장에 먼저 적용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시스템의 오류와 시행착오로 인한 혼란을 교사와 학생이 오롯이 감당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7. 넷째, 전남광주의 교육적 환경은 충분히 고려했는가. 학교 규모와 지역에 따라 학생 구성과 교육 여건의 편차가 크다. 이러한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모든 학교에 100% 서·논술형 평가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교과 이해도보다 문해력과 글쓰기 능력이 성적을 좌우할 수 있다. 특히 다문화·외국인 학생과 한국어 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 그리고 그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에게는 더 큰 장벽이 될 수 있다. 지역과 학교의 차이를 외면한 획일적 평가는 교육 격차를 줄이기보다 오히려 확대할 우려가 크다.
8. 무엇보다 준비위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학교 현장에 강제하는 기관이 아니다. 교사·학생·학부모와의 소통 과정 없이 서·논술형 평가 100%’를 기정사실처럼 발표하는 것은 그 역할을 넘어서는 것이다. 준비위는 정책을 먼저 정하고 현장에 강요할 것이 아니라,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제50조의2제4항에 따른 교육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9. 이에 전남광주교사노동조합은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현장 의견 수렴 없이 발표한 서·논술형 평가 100%’ 방침을 즉각 철회할 것.
둘째, 교사·학생·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공개토론회, 간담회를 실시하는 등 충분한 소통 과정을 거칠 것.
셋째, 평가 방식과 비율을 학교와 교사의 전문적 판단에 맡기고 학교의 평가권을 보장할 것.
넷째, AI 평가 시스템의 정확성과 공정성, 개인정보 보호, 오류 책임에 관한 검증 결과를 명확하게 공개할 것.
다섯째, 준비위는 준비기구의 권한을 넘어 정책을 일방적으로 통보·강요하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법령에서 규정하는 본연의 역할로 돌아갈 것.
10. 평가 개혁은 선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최초’라는 수식어가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평가권보다 앞설 수는 없다. 학교의 자율성, 교사의 전문성, 학생의 다양성, 충분한 기술 검증이 함께 보장될 때 비로소 교육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준비위가 이러한 기본 조건을 외면한 채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학교 현장의 혼란과 피해는 모두 준비위의 책임임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2026. 7. 20.
